“나는 사회에서 말하는 노년, 즉 노인이다. 노인으로서 죽는건 두렵지 않다.
사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스스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아픈 곳이 많아지고 움직이는 것이 점점 힘들다.
먹는 약의 종류가 늘어 가는데도 몸상태는 점점 나빠지니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녀에게 짐이 될까봐 무섭기도 하고...
내가 스스로 떠나는 것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이라 생각하기에
혹시 누군가가 죽어 있는 나를 발견하더라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위 내용은 자살을 생각하는 노인의 심정을 담아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인에게 벌어지는 진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국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의 수는 2022년에 9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전체 인구 중 17.5%의 비율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런 비율을 고려했을 때 우리 사회는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그만큼 여러 사회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데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노인 자살 문제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연령별 자살 사망률을 비교했을 때 10만 명을 기준으로 70대의 자살률은 41.8명, 80대 이상은 61.3명으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자살 사망률을 나란히 기록했습니다. 해마다 늘어가는 노인 인구의 비율까지 고려한다면 매년 발생하는 노인 자살 문제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죠. 즉,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꽤 시급하다 할 수 있는데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보아야 하는 것, 바로 노년층이 느끼는 감정 그 중에서도 우울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노인의 극단적인 선택이 노인이 겪는 우울증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사실 노년의 시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상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본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되고 타인의 도움과 수발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점점 늘어나죠. 이전보다 쇠약해지는 신체와 갑자기 발병한 질환을 극복할 수 없음에 절망을 느끼는 노년층, 여기에 더해 삶의 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빈곤까지 노인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에 노출이 되면 결국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게 할 수 있죠.
실제로 국가 기관에서 발표하는 실태조사와 현황 등의 각종 통계를 확인해보면 노년층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주된 원인이 ‘신체적 질환’과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이로 인한 '우울한 감정'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심지어 배우자 혹은 가족의 사망, 가족 간의 갈등 및 단절, 부양 돌봄 문제 등도 노년층의 감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노인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생각보다 높을 수 있죠. 즉, 극단적 선택에 노년층의 상실감으로 인한 우울증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노인의 우울증은 앞서 언급한 요인외에도 다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건강상의 문제, 예를 들어 뇌혈관 장애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혈관성 우울증입니다. 노화 혹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은 뇌로 지나가는 다양한 모세혈관이 좁아지면서 혈류 순환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럴 경우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생성하는 영역과 감정을 전달하는 영역의 뇌 기능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런 노인들은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문제를 겪게 되고 의욕이 없어지는 한편 자세가 구부정해지는 등의 행동 변화도 보이게 됩니다. 심지어 원인 모를 신체 통증도 동반할 수 있죠. 우울증이 노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시간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즉, 노년의 삶에 우울증은 필연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감정이자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피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극복할 수는 있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년의 우울한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정신건강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및 진료
노년기의 우울증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첫걸음은 병원 진단입니다. 노년층에 접어들어 우울증을 느끼는 분들은 정신건강 전문의의 정확한 진료와 진단을 받아 우울증이 발병하게 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심리 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우울증과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우울증은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내원하는 환자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우울증이 유발된 요인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죠.
사실 발생원인에 따라 그리고 환자에 따라 상담치료, 인지치료, 약물치료 등의 적절한 치료방법이 존재하는데 그 효과는 환자에 따라 상이합니다. 먼저 상담치료는 환자를 괴롭게 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전문의가 경청하고 공감하며 지지해 주는 등의 치료를 통해 환자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인지치료의 경우에는 "나는 할 수 없어"와 같은 환자 내면에 깊게 자리 잡은 부정적으로 왜곡된 믿음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바로잡아주며 환자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비관적 사고 방식의 변화를 유도합니다. 또한 노년의 환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약물치료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환자와 전문의의 꾸준한 치료가 이어지면 우울증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우울증으로 인한 만성 복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의 신체적인 증상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기에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치료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건강한 생활습관 만들기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도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작은 행동의 변화가 전문적인 병원 치료와 동반될 시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비약물 치료 방법 중 하나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거리' 혹은 '취미'이죠. 은퇴한 노년은 마땅한 직업이 없기에 소속감이 부재한 경우가 많고 이는 노년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죠. 하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일거리와 취미 생활은 특정 역할을 부여하기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식물을 기르거나 텃밭에서 채소와 꽃 같은 작물을 심어보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정기적으로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할 경우 성취감이 생겨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기에 의미있는 첫 시작이 될 수 있죠.
이 외에도 대인관계 단절로 인해 오는 외로움과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해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과 함께 이야기하고 여가 활동을 보낼 수 있는 경로당 혹은 복지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문화센터 수업 혹은 본인이 원하는 특정 모임에 참여하여 교류를 늘린다면 고립된 기분을 해소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하죠.
운동역시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야외 산책을 하며 태양에 노출될 경우 몸에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우울감과 충동감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습니다. 이런 호르몬의 변화외에도 하루에 20분 혹은 30분씩 시간을 정한 규칙적 걷기는 기초체력을 향상시켜주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노년의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죠. 바로 일상적인 소통이 그것입니다. 흔히 '안부'라고 언급하는 것입니다.
안부를 물어야 하는 이유
사람은 서로 간의 따뜻한 관심을 주고받으며 일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격려하고 이해해 주며 채워가는 과정이 존재해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듯이 노인의 우울증도 자녀와 주변 이웃의 따뜻한 관심이 있어야 극복될 수 있습니다. 노년의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많지만 사실 관계성 단절에서 오는 무관심과 외로움이 심화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도 하죠. 그래서 자녀와 이웃의 따뜻한 관심이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데 큰 도움이되고 우울증을 극복하는 시작이 됩니다.
실제로 요양병원에서 그리고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이런 점들을 자주 봅니다. 보통 노인복지시설에서 노인들의 건강케어는 가정에서 보다 낫습니다. 매일같이 산책하는 어르신들 그리고 그들을 돕는 간병인, 보호사. 어르신들이 겪는 신체적 고통을 케어하는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마음을 위로하고 일상생활의 재미를 더해드리는 사회복지 프로그램등 노인복지시설은 어르신들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많은 부분에서 노력을 하죠. 하지만 이런 모든 노력도 지인들과 가족들의 안부보다 낫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들의 방문과 안부를 묻는 정기적 인사가 이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건 '안부'를 통한 '관심'이라는 거죠.
노년의 삶으로 고통 받는 분들이 주변에 계시다면 위와 같은 방법으로 도움을 드리는 게 좋습니다. 특히 관심과 안부를 물으면서 말이죠. 이런 방법들이 우리의 관심과 함께할 때 어르신들의 우울감은 나아지고 이는 안타까운 극단적 선택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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