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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선진요양원

안양 선진 요양원의 식구 지킴이는 바로 '이 분' 입니다. (2)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를 돌보고 배려하는 어르신들: 식구 지킴이

출처 선진요양원


A어르신께서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동료 어르신께서 콧줄(L-tube)을 통해 식사를 하신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요양보호사님께서 콧줄을 삽입한 어르신께 정확한 시간에 맞춰 경관으로 액상영양식을 주입해 주시면, 이와 같은 모든 과정들을 누워 바라보며 지켜보고 계시죠. 그러다 보니 어르신의 경관 식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곁에서 살펴보시는 요양보호사님께서는 그 모습을 바라보시는 A어르신께 경관 식사에 관련하여 궁금해하실 다양한 이야기를 말씀해 주시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경관식을 진행하는 어르신의 적당한 식사 속도는 유량 조절기를 통해 조절하는데, 간혹 어르신께서 움직이실 때 액상이 흘러가는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는 점적통에서 그 속도를 확인할 수 있죠. 그래서 속도에 관한 조절이 필요함을 느낄 때는 어떠한 부분에서 조절이 필요한지를 A어르신께도 알려드립니다. 그렇게 여럿 이야기를 나눈 날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이제는 A어르신께서도 요양보호사님과 함께 동료 어르신의 식사 도우미가 되어 주십니다.


"A어르신, 들어가는 속도를 보니까 우리 어르신 식사 속도를 조금 조절하려고요."


"그렇네. 아까보다 느려진 것 같아."


한쪽으로 누워서 옆에 어르신께서 식사하시는 것을 지켜봐 드리는 것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리는 일은 아닐지라도 같은 공간에 머물면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일만으로도 A어르신께서는 이미 동료 어르신을 위한 하나의 소중한 식사 도우미가 되어주고 계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양보호사님께서도 A어르신께서 매일 다정하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옆의 어르신을 위하는 마음이 크게 느껴진다고 말씀해 주셨죠.


그런데 식사 지킴이는 A어르신뿐만이 아닌 듯합니다. B어르신께서도 옆의 어르신께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십니다. 어느 날은 B어르신과 소곤소곤 재미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옆에서 식사를 시작하신 C어르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말씀하시면서 “우리 OOO 어르신 지금 식사하시네.”라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고 계시는 C어르신께서 잠에 취해 메디푸드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시는 모습을 바라보시고는 “OOO어르신! 왜 이렇게 못 잡솨. 쭉쭉 빨아먹으면 잘 나와요.”라며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이와 같은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어르신께서 옆의 어르신께 큰 관심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텐데 그것은 큰 착각이었으며, 이는 요양보호사님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더 확실해졌죠.


출처 선진요양원


"이 방 어르신들께서 누워 계시고 조용하니까 서로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 같죠? 오히려 반대예요. 여기 어르신들께서는 서로 얼마나 바쁘게 챙기는지 몰라요. 난 동생이고 옆에 계신 어르신이 언니이니까 식사도 제일 먼저 빨대 꽂아서 챙겨드리라고 하시지, 본인만 주고 옆에 어르신 안 드리면 왜 다 같이 안 주냐면서 어서 드리라고 애가 타시죠."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식구’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몸이 불편하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으신 데도 서로를 챙겨 주시려는 마음과 배려가 깊으시다는 것을 알고 나서 같은 방을 사용하시는 어르신들께서도 식구로서 함께하고 계신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서로가 직접적으로 식사를 챙겨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주는 관심과 돌봄은 이렇게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함께하는 사이라서 모른 척 눈감아 주는 이해심

출처 선진요양원

어르신들께 나타나는 치매의 증상은 다양합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수면 시간과 깨어있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르신께서 며칠 동안 낮에도 꾸벅 졸음을 쏟아 내시거나 한 번 주무시면 오랫동안 잠에 들곤 하시는데, 깨어난 후에는 반대로 오랫동안 잠을 주무시지 않기도 합니다. 밤새 뜬 눈으로 주무시지도 않고 계속 혼잣말로 중얼중얼 떠들기도 하셔서 옆의 어르신마저 함께 밤을 꼴딱 새기도 하는 등 웃지 못할 상황도 일어나죠. 해당 방의 어르신들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밤중에 주무시지 않는 C어르신의 살아온 이야기,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듯이 말씀을 하시면 그날 밤에 같은 방을 쓰시는 어르신들께서는 잠을 설치곤 하십니다. 한 번쯤은 본인까지 잠을 설친 것에 대해 옆 어르신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실 법도 하지만 “오늘이 그날인가 보다.” 하고는 모른 척 눈 감아 주시죠. 밤에 못 잔 것은 낮잠으로 채우면 된다며 자신에게는 잘 수 있는 시간들이 많기 때문에 괜찮다고 넘어가 주시는 이해심에 뭉클해져 눈물이 맺히려 다가도 쏙 들어가게 하는 어르신의 유쾌한 한 마디, “나 자고 일어나면 단 거(초콜릿) 하나 줄 거지?”에 웃음으로 답을 대신합니다. 일어나시면 바로 드리겠다며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순간에, 어르신의 이런 이해심도 결국은 사랑의 모습 중 하나 이겠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느끼게 되죠.


우리 지금처럼 앞으로도 잘 지내봐요.
출처 선진요양원

"우리 OOO 어르신은 딸들이 있대. 딸들이 OOO어르신 닮았으면 참 예쁘겠어."


B어르신께서 옆에 앉아 계신 C어르신을 가만히 들여 다 보시면서 참 예쁘신 얼굴이라고 좋은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럼 혹시 우리 옆에 계신 예쁜 C어르신을 위해 잘 부르는 노래 한 곡 좀 불러 주실 수 있겠냐고 부탁을 드렸더니 마다하지 않고 불러 주셨습니다. 자신이 예전에 노래를 참 잘 불렀다면서, 하도 잘 부르니까 어찌나 시키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귀찮기도 했다면서 푸념 아닌 푸념을 하시면서도 앉은자리에서 다섯 곡을 열심히 불러 주셨죠. 자꾸 지워져 가는 어르신의 기억 속에 노래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때 옆에서 어르신 쪽을 향해 누워 박수를 치며 듣고 계시던 A어르신께서 하신 한 마디,


”얼쑤! 밥 먹고 밥 값 제대로 하네.”


이 방의 어르신들께서는 서로에게 관심을 주고 칭찬해 주시며 그렇게 직접 따뜻한 방으로 만들어가고 계셨습니다. 어르신들의 따뜻한 마음이 다른 어르신께 향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따뜻한 마음은 어르신께 재잘재잘 수다를 떨러 온 사회복지사에게까지 아끼지 않고 공평하게 나눠 주십니다. 여기 앉았다가 본인이 밥 먹을 때, 옆에서 아가씨도 같이 밥 먹고 가라고 해주시는 다정함, 그리고 요양보호사님께서 기저귀를 새것으로 교체해 주실 때 정말 애썼다면서 고맙다고 인사해 주시는 것을 한 순간도 잊어버리지 않는 인자함이 있으시죠.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꼬박꼬박 써 주시며 필요하실 때마다 불러 주시고 고맙습니다!’를 연신 외치시는 이 다정한 방의 어르신들께서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주고 의지하면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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