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입니다.
Q.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치매 증상. 그간 어머니께서 치매로 고통받는 아버지를 신경 쓰시느라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다행히 동생의 집 근처에 집을 잡아서 이사를 하셨고 이후 두 분은 편안히 잘 지내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도 잠시더군요. 아버지의 증상이 점차 악화되어 어머니께서 감당하실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제가 부모님께 전화로 달래드리고 안정시켜드리기도 했지만 이제 그것도 힘에 부치고 솔직히 한계가 보입니다.
아버지는 컨디션이 좋으실 때는 잘 웃으시고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평소에 잠을 못 주무시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불안증세도 심해지고 최근에는 대소변 실수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뒷수습을 감당하시느라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정말 너무 힘이 듭니다.
결국 용기를 내서 아버지께 요양원으로 모시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드렸는데 의외로 아버지께서는 담담히 알겠다고 반응하시네요... 그 순간이 참으로 마음도 아프고 뒤돌아서서도 잘못했다는 생각도 나고...
차라리 서운해하시는 기색이라도 보이셨다면 제 결정을 번복할 생각도 있었는데 그러시지 않는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요양원 가는 날, 요양보호사님의 손을 잡고 입소하시는 아버지를 보니 이게 진짜 불효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실이 너무 어렵고 가족도 더이상 버틸수 없어 그런 결정을 내렸지만 막상 아버지가 요양원에 가신 뒤, 그 생각이 저의 이기적인 욕심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때문에 더 고통스럽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강요하는것 같아서 죄책감도 드네요. 요양원에 보내드린 게 잘한 일인지 고민이 됩니다.
답변드립니다.
자식으로서 아버님을 향한 걱정과 요양원으로 모셔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고 속상해하셨을지 감히 조금이나마 헤아려보게 됩니다.
요양원에 부모님을 모시는 또 다른 보호자님들께서도 비슷한 과정을 겪으셨기 때문에 어쩌면 요양원에 오시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문제일거라 생각합니다.이미 어르신들에 대한 보호와 돌봄은 개인이 혼자서 해결해야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다 같이 고민하고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죠. 직접 모시는 것만이 자식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요양원에 모시게 되면 부모를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스스로 책망도 하게됩니다.
그런 생각들을 십분 이해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일 수 있습니다.
치매의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입니다. 이 원인들은 전체 치매의 약 75%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중 보통 노인성 치매라고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이 모든 치매환자의 반 정도에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죠.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과 같은 이상 단백질들이 뇌 속에 쌓이면서 서서히 뇌에 있는 신경세포가 죽어서 발생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입니다. 여기서 퇴행성의 의미는 정상적인 사람에서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세포가 손상되어 점차적으로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보통 증상은 서서히 시작됩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에는 기억력이 감퇴하는데 보통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익숙하게 처리하던 일도 실수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다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면 정신집중에 어려움을 겪고 쉽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생기게 되죠. 그리고 자녀 및 보호자 분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인, 성격의 변화가 (폭력성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참을성이 없어지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목적 없이 이곳 저곳을 헤매는 경우도 발생하며 판단력이 심하게 흐려져 대화할 때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애를 먹거나 대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간단한 지시사항이나 복잡한 문제해결을 못하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치매(알츠하이머병)를 얻게된 부모님은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 모든 것을 보호자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하게 되죠.
갑자기 변해버린 부모님과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보호자(자녀, 어머님)의 정서적 갭은 상당히 큽니다. ‘부모님이 과거에 이랬으니 지금 이래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보호자는 변해버린 부모님과 배우자로부터 큰 상처와 때로는 극심한 우울한 증세를 호소하고 심지어 치매의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치매로 고통받는 부모님을 잃어버리거나 본의아니게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상황은 치매로 고통받는 분들의 건강과 일상적인 삶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죠. 그래서 모든 일에 도움과 이해가 필요한 부모님에겐 상황을 잘 이해하고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분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분들에게 요양보호 시설이 필요한 이유가 됩니다.
그렇다해도 요양보호시설에 입소하신 부모님에게 여전히 보호자님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보호자님들의 존재와 부모님을 향한 마음은 입소하신 부모님들에게 정신적 버팀목이 될 수 있죠. 시설에 입소하신 치매부모의 버팀목이 되어 곁을 지키는 보호자분들은 치매로 고통받고 있는 부모님의 건강을 챙기며 작은 일이지만 부모님께 정서적으로 매우 도움이 되는 일들을 찾아서 하면서 부모님과 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호자의 행동은 시설종사자들이 수행하는 간호나 돌봄과는 다르기 때문에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더 건강하게 하는 한편 시설에서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에 이런 역할을 해주신다면 부모님께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연자 분께서 말씀하신 “아버지를 낯선 곳에 모셔서 기약 없는 마지막을 보내시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죄책감이 드네요”는 이런 의미에서 그런 감정들을 내려 놓으셔도 될 것이라고 봅니다. 치매로 고통받는 부모님께 가장 필요한 돌봄은 시설에서의 돌봄과 보호자분의 정서적 돌봄을 통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호자분의 존재만으로도 부모님은 어디서든지 평온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마음 아픈 감정은내려놓고 시설에 입소하신 부모님이 더없이 소중한 오늘을 보내시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