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입니다.
어머니의 치매 증상은 배우자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식사를 준비하시는 아버지를 향해 고함을 지르시거나 예전보다 역정을 심하게
내시기도 하고 심지어 아버지의 외도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가족들은 이런 어머니의 망상 때문에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망상 약도 처방을 받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셨죠.
최근에는 고함 등 난폭한 모습이 나타났고 약 복용 후에는 두통도 호소, 결국 복용도 중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었죠. 특히 아버지의 마음이 걱정이었습니다.
결국 모두를 위해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드리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내일 첫 방문을 앞두고 가족 모두 걱정이 앞섭니다. 저도 이렇게 변해버린 어머니께서
요양원에서 잘 지내실 수 있을지 기대 반 염려 반입니다.
“답변드립니다”
치매는 뇌 손상으로 인해 인지 기능의 저하와 다양한 정신 및 행동문제를 수반하고 손상 부위의 위치와 원인에 따라서도 증상의 종류와 진행 속도가 다릅니다. 우리 뇌의 전두엽은 감정 조절과 판단력을 담당하고 측두엽은 기억력과 언어를 처리하는 능력을 담당하는데 치매는 이 부위에 손상이 생기면서 발생하게 되고, 정상적인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기억을 왜곡하거나 증폭되는 의심, 비논리적인 판단을 하게 되면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을 쉽지 않게 합니다. 타인에 대한 불신,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본인만의 판단이 세워지면서 일어나지 않은 일이 실제 상황으로 받아들여지죠. 이런 이유로 어머님께서도 배우자이신 아버지께 평소와는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셨을 수 있습니다.
이런 치매의 증세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바로 병원 검진입니다. 보통 치매로 고통받는 가족은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처방받아 부모님이 복용하고 완화되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 중 일부는 불안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죠. 어머님께서도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시고 나서 증세가 악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했는데 위와 같은 가능성을 고려하여 담당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약물 조절에 도움을 받으셔서 증상을 관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은 요양원 혹은 주야간보호센터가 될 수 있습니다. 요양보호기관에 도움을 받게 되면 부모님은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매번 정해진 시간에 특정한 일을 하실 수 있게 됩니다. 즉, 평범하지만 매우 도움이 되는 하루 일과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이는 본인이 해내야 하는 규칙적인 패턴이 생기기 때문에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요양원 내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결과를 이루기 위한 반복적인 사고를 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인지 기능 회복과 뇌를 활성화시켜 치매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께서 요양원에서 시간을 보내시게 될 경우 주 돌봄자인 아버지께서도 본인만의 일정 시간을 확보하여 자유로운 개인의 여가를 즐길 수 있고 돌봄의 부담감을 해소하실 수 있습니다. 분리되어 있는 환경이 두 분의 긍정적인 관계 및 정신적 회복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치매에 대해 이해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것은 다 잊더라도 배우자인 나만큼은, 자식인 나만큼은 잊지 말았으면 하는 최소한의 바람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런 바람조차 어느 순간 무너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간병의 긴 여정을 가족끼리 오롯이 견뎌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긴 여정 속에서 울고 웃고 있는 가족분들은 전문가의 도움이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어머님의 현상태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 역시 모두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되죠. 요양보호시설을 이용하시더라도 사연자님의 어머님을 향한 이런 이해와 따뜻한 마음이 있다면 관계는 지금보다 더 많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도 보호자분의 이런 마음이 있다면 요양보호시설에서 더 잘 적응하실 수 있습니다. 연말연시 이런 기대를 갖고 오늘을 풍요롭게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