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로하신 부모님께서 기저 질환으로 인해 내·외과적인 수술을 받으시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술 전 부모님의 모습과는 달리, 어떤 일에 대해 쉽게 기억하지 못하시거나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인다고 말씀하시며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증상들을 보이실 수 있습니다. 이때 자녀는 부모님께 나타나는 증상들을 보며 고령이신 부모님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치매가 온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는 흔히 치매로 착각되기 쉬운 섬망 증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섬망은 치매와 구분되는 질환이지만 방치할 경우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상 발생 시 구분하여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섬망은 무엇인가요?
섬망은 사고력과 지남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인지 기능 장애와 환각을 경험하게 되는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는 등의 전반적인 뇌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증후군입니다. 그 밖에 주의력 저하와 수면 장애와 같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데 증상의 변동도 심하기 때문에 섬망을 겪고 있는 본인도 갑작스럽게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에 혼란스러워지고 그 증세를 지켜보는 보호자도 부모님의 예상치 못한 행동들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보통 섬망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기력이 쇠약해질 만큼의 신심에 무리를 주는 질환을 앓고 있거나 병세 악화로 인해 몸 상태가 취약해진 사람에게 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한 처치 과정에서도 해당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에서 발간한 논문에 게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수술 및 입원한 노인 환자의 11~24%가 섬망 증세를 보였으며 중환자실에 입원한 노인 환자의 경우에는 70~87%의 높은 확률로 섬망 증세를 보인 바, 통계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섬망은 노인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질환과 관련한 통증을 조절하는 마약 진통제 약물이 섬망을 발생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종합 감기약, 우울증, 파킨슨병 등을 치료할 때 사용되는 항콜린성 약물과 신경 이완제인 항정신성 약물 또한 섬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로하신 분들은 여러 질환에 고통받을 가능성이 많죠. 그래서 여러 종류의 약제를 복용하는 상황이 흔히 생기는데 이때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여러 종류의 약물들이 체내에 독성 효과를 일으키거나 체내 약물 대사 능력 저하가 섬망을 발생시키는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섬망 증상은 노인일 수록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때 보이는 증상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인지장애 증상]
일반적으로 섬망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없을 만큼 의식이 흐려지고 뚜렷한 판단이 쉽지 않죠. 그래서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사고의 흐름을 유지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날짜와 시간, 머물고 있는 공간과 주변 환경에 대해 쉽게 파악하지 못하며 가까운 가족과 지인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억력 약화로 인해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지 못하며 횡설수설 대답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지 못하는 언어 장애를 수반하기도 합니다. 보통 이런 부분들로 인해 환자가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이 아닌지 보호자가 혼동하게 됩니다.
[정신장애 증상]
지각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다 보니 주변 환경을 왜곡하게 되고 비현실적, 비논리적인 사고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두렵고 불안한 감정의 변화가 생기면서 착각과 환각 증세가 나타나는데, 가령 방 안 옷장 같은 곳에서 누군가 나를 쳐다본다고 느끼는 환시를 경험하거나 혹은 나를 죽이려 한다고 착각하는 등의 피해망상 증상도 보일 수 있어서 환자가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합니다.
이처럼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주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는 편집증적 태도가 동반되며 돌발적인 행동까지도 보이게 되는 등의 신경과민 증세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신경학적 증상]
섬망 환자는 의지에 상관없이 신체적 이상 행동 및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섬망 증상에도 두 가지의 유형이 있는데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으로 나뉘며 때에 따라서는 혼합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양성증상은 신체적 과잉 활동이 나타나는 증상을 의미하며 섬망이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땀 분비, 가슴 두근거림, 떨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체 부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운동 조절 능력이 상실되는 불수의 운동 증상도 나타나는데, 팔과 손을 앞으로 뻗었을 때 손바닥과 손목이 고정된 상태 그대로 유지되지 않고 의지와 상관없이 앞뒤로 움직이는 고정 자세 불능증(Asterixis)이 발생하거나 갑자기 다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간대성 근경련 현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음성증상은 저조한 활동을 나타내는 증상을 의미하며 외부의 자극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거나 감정과 기분에 침체를 겪게 됩니다. 때로는 말을 건네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감정 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 음성 증상은 섬망으로 예측하기 쉽지 않아서 정확한 진단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수면장애 증상]
섬망 환자들은 낮에는 잠이 오는 반면 밤에는 불면을 겪게 되는 수면 장애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 데다가 정신 장애 증상까지 발현되어 주변을 배회하다가 머물던 공간에서 다른 장소로 급하게 이동하려 하는 우발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섬망은 무슨 이유로 발생하나요?
이렇게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는 섬망. 삶의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기도 하기에 많은 연구팀들은 이 질병이 발생하는 뇌 과학적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을 하고있죠. 그리고 이런 연구들은 섬망 증상이 뇌의 특정 부위들이 손상을 입어 기능 장애가 생길 때 발현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섬망 환자의 뇌 기능 역할을 분석한 연세대 강남 세브란스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섬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뇌 기능의 부조화를 발견하여 섬망이 작용하게 된 두 가지 요인을 밝혔습니다.
우선 운동 기능을 담당하면서 학습과 감정 능력을 관장하는 대뇌 기저핵 부위와 주요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인 중뇌 사이에,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적 연결이 섬망 환자에게서는 끊어져 있었고 한 쪽 부위만 치우쳐 활성화되어 있어 뇌 기능 활성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이성적 판단을 내리는 전전두엽 부위와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중심부 후방의 대뇌 피질 부위 영역들 간에 기능적 상호 연결성이 무너진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사람은 뇌의 기능적 활성화가 이루어지는 반면 섬망 환자에게서는 일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을 밝혀내면서 섬망은 뇌 기능의 손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치매 또한 뇌의 기능적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기에 섬망과 공통점이 있죠. 그러나 이 둘에는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 합니다.
섬망은 갑자기 발생하여 짧게는 몇 시간에서 며칠 정도 증세가 지속됩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만큼 첫 증상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의식 수준의 저하로 인지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때로는 과다 각성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한편 증세가 빠르게 악화되면서도 섬망을 일으킨 원인 질환이 치료 되면 섬망도 자연스럽게 회복되어 금세 호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특징도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는 섬망과 달리 오랜 기간에 걸쳐 인지력과 기억력에 점진적인 변화가 오고 초기에는 의식 수준에 문제가 없으며 섬망 만큼 다양한 증세를 보이지도 않습니다. 치매는 완치 및 정상화도 어려워서 섬망과 차이점을 보입니다. 이처럼 섬망과 치매는 구별되는 다른 질환입니다. 그러나 증상만으로는 명확히 구별하는 게 쉽지 않고 동시에 발병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두 질환 모두 인지 기능의 저하를 유발하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서로 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이에 관한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 섬망이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
이에 대해 서울 보라매병원의 연구팀은 고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섬망 증세에 따른 치매 발생 위험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6개월의 추적 관찰 결과, 모집단 844명에서 265명인 약 31%가 섬망 진단을 받았으며, 그중 101명인 약 38%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치매가 수술 및 섬망 발생 이후 새로 발생되었습니다. 즉, 섬망이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죠. 이처럼 섬망 증상을 쉽게 간과하거나 방치할 경우 치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섬망에 관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 섬망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
병원 및 병실은 기존에 생활하던 집과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심신이 취약해진 환자는 낯선 환경 속에서 섬망 증세를 보일 수 있고 증세는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음,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의료진의 불가피한 야간 회진이 환자의 수면에 방해를 줄 수 있고 창문이 없거나 창문과 거리가 있는 병실에서의 생활도 답답함을 줄 수 있어 환자가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가 가급적 편안히 머무를 수 있도록 친숙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까운 가족이 옆에서 간병하고 간호해 주는 것도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주며 환자가 평상시에 주로 사용하던 물건을 가져다 놓거나 병실 안에 사람과 물건의 위치가 잘 확인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명을 설치해 환자의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지남력의 저하 증상을 보이며 혼란스러워하는 환자에게 날짜, 시간, 장소 등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차분히 알려드려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환자의 의식 저하로 인해 이곳에 머무는 이유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지 기억을 하지 못할 때에도 현재 환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과정에 있는지 정확히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섬망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외부 자극에도 크게 놀라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시각과 청각을 자극할 수 있는 그림자, 불빛, 소음 등과 같은 외부 자극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시력과 청력의 저하를 겪는 환자가 주변 환경을 쉽게 구별하고 살필 수 있도록 환자가 평소에 사용하는 안경과 보청기 같은 도구들도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놓아드려야 합니다.
섬망 증상은 빠르게 완치되는 편이지만 한번 발생하면 추후 환자의 신체적 상황에 따라 재발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수술 및 치료를 앞두고 있거나 회복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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