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남은 10년'에 담긴 무거운 의미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당연히 축복으로 생각해야 됩니다. 하지만 현대의 의료·과학 기술의 발전, 경제 능력 향상 등이 사람의 수명 연장에 영향을 줄수록 우리 사회의 평균 수명 상승은 보편적인 현상으로서 받아들이게 되었죠. 심지어 안타깝지만 요즘 들어 장수는 이전만큼 환영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무병장수를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으로 생각하는 만큼, 아프면서 오래 사는 삶에는 만족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간극으로 인해 나타나는 고민을 통해서도 잘 드러납니다.
'기대수명'은 살아가는 모든 생존 기간을 뜻하는 일반적인 수명에 해당하고, '건강수명'은 질병과 사고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의미하는 질적인 수명을 말합니다. 그런데 각종 사회 조사 결과에 관한 통계를 바탕으로 측정한 국민 평균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은 각각 83.6세와 73.1세로, 이 둘은 약 10년 정도의 기간 차이를 보입니다. 즉, 우리가 건강한 인생을 살아오다가 노화 및 각종 질병을 얻게 되면서 앞으로 죽음까지 남은 10년 정도의 기간은 투병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곧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으며 살아가는 기간으로도 이해할 수 있죠.
특히 이 기간에는 고령의 부모를 돌보는 가족들도 수발의 곤란과 부양 부담을 겪으면서 돌봄과 요양에 관한 문제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모님을 직접 돌보는 것이 어려워서 요양 시설로 모시려 할 때 생기는 가족의 염려, 거주 공간을 요양 시설로 옮기면서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낯선 감정을 호소하는 부모님, 그로 인한 보호자의 걱정 등과 같은 여러 고민들이 있죠. 이는 우리 사회의 노년과 그의 가족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고충이기 때문에 이들의 어려움들에 눈길을 가져야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노년기에 일상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산책
변화를 맞이한 노년의 시기에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자신만의 기본적인 일상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년의 일상은 인생에서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이뤄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자유로운 외출, 대인 관계 형성, 본인에게 맞는 여가 활동 및 취미 생활 등을 수행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으며, 고령의 나이에도 활력을 얻으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노년이 원하는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 관심과 공감들이 중요하죠.
이러한 관심이 행동으로 발전하고자 할 때 우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년이 각자 겪고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서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을 때 일으킬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을 예상해 보는 것이죠.
가령, 전문 요양 시설에서 생활하고 계신 어르신들께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어려움들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거동의 불편함으로 인하여 실내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어르신들께서 누워있거나 앉아 있을 때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 속에는 그리운 사람, 생각나는 장소, 하고 싶은 일 등 다양한 것들이 있겠죠. 그러나 생각으로만 그쳐야 하는 상황들이 점차 누적되면 답답함과 외로운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또한 매일 같은 공간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유의 다양성이 줄어들어 생각이 과거에만 머무르게 될 때 일상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한가지 해결책으로 노인 복지시설은 각자의 환경에 맞춰 입소 어르신께서 겪고 있는 어려움들에 공감하고 도움을 드리기 위해 '산책'이라는 야외 활동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외출 혹은 나들이가 주는 즐거운 경험이 그날 하루를 온전히 긍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좋은 에너지로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를 가져보는 것이죠.
야외 산책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의 시작
가볍게 동네 주변을 걷는 것은 산책, 집 근처의 공원에 잠깐 앉아 있는 것도 나들이가 될 수 있듯이, 야외의 어떤 공간을 방문하더라도 그곳에서 햇볕을 쬐거나 바람을 쐬면 그것이 산책이자 나들이가 됩니다. 그래서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때와 장소를 자유롭게 정하여, 휴식이나 운동 등의 개별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생활에서 산책을 통해 활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산책은 어떠한 조건에 구애 없이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침상에서 생활하거나 휠체어에 앉아서 이동하시는 어르신들께서도 충분한 안전을 고려한다면 접해야 하는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죠. 특히 어르신은 산책을 통해 잊고 살았던 자극과 감각이 되살아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펼쳐지는 야외의 모든 풍경들이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 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 옆으로 지나가는 것, 새소리 또는 바람 소리 같은 자연의 소음들을 듣는 것, 지나가는 행인들의 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 새로 생긴 가게와 건물을 구경하는 것, 피어있는 꽃과 울창한 나무와 같은 눈에 담을 수 있는 모든 바깥 풍경을 보고, 듣고, 느낄 때 잠시 멈춰 있었던 익숙하고 친근한 감정들과 처음 보는 생소한 감정들이 같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와 같은 과정들은 개인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하며, 자신의 삶 자체를 보다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죠. 그리고 평소에 내재되어 있던 스트레스나 긴장되고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야외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그와 함께 수반되는 생각들은 명상 효과와도 같기 때문에 정서적인 안정과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도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개인이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산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어르신에게 미치는 영향
산책에 함께 나선 사람들과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서로가 떠오르는 생각을 주고받을 때 원활한 의사소통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나의 소회를 들어주는 상대방과, 그런 상대방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상호작용이 발생하죠. 잠깐의 대화 과정일지라도 그룹 안에서의 교감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 되며, 이 순간을 함께 공유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이 유대감과 친밀감으로 쌓이게 됩니다. 이는 노인의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방문한 장소에서 새로 만나게 된 동네 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나눌 수 있는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특히 기관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어르신께서는 주로 접촉하고 소통하며 지내는 사람이 기관의 종사자들인데, 돌봄이라는 목적으로 묶인 대상자와 제공자라는 특정한 관계에서 잠시 벗어나 하나의 주체적인 개인으로서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고 대화를 이끌어간다는 것에 새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전히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정서적 교류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능력에 관하여 자신감을 가질 수 있죠.
어르신의 일상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기관에서 진행한 야외 산책 프로그램
이처럼 산책이 어르신께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의 중요성을 공감하여, 저희 기관도 어르신을 대상으로 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야외 활동을 통해서 어르신께서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보람 있는 하루를 보내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그리고 실제로 어르신을 모시고 산책을 다녀오면서 이에 대한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말없이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셨던 어르신께서도 동료 어르신과 함께 공원을 둘러보며 곳곳에 피어있는 꽃의 이름을 맞추는 시간도 가지셨고, 동년배 이웃 주민 어르신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동료 어르신과 즐거운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덕에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실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어떤 환경에서 생활을 하고 계시더라도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실 수 있기를, 사회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주변과 연결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도와드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산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것은 삶의 질 향상
요즘 들어 점점 눈에 띄고 있는 표현이 있다면 바로 '고령 친화' 라는 단어입니다. 노인을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생각하며, 이들이 모든 연령층과 함께 어울리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긴 표현이죠. 또한 우리 사회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노년층이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 정책들과 서비스들도 마련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물질적인 도움들과 더불어, 가벼운 일상 활동을 수행하는 것조차 여러 불편함과 어려움이 따르는 어르신의 일상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섬세한 관심과 배려도 함께 필요합니다.
기관에서 어르신을 위한 산책 프로그램을 계획하게 된 것도 어르신께서 본인만의 즐거운 생활을 이루며 즐겁게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뜻에서 시작된 작은 시도였습니다.
실내 활동을 주로 하시던 어르신께 야외라는 공간으로 변화를 이끌어, 직접 두 눈으로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고, 바뀌고 있는 계절의 흐름을 읽어 내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르신만의 긍정적인 일상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산책이라는 소소하고 즐거운 경험이 일상 속에서 삶의 감각을 계속해서 느끼며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불안한 마음을 없애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를 주기 때문이죠. 이와 같은 예시처럼 어르신의 일상에 작은 변화라도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적극적인 관심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는 마음이 모아진다면 노년과 그 가족들은 앞으로의 남은 10년의 시간을 소중하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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