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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선진요양원

안양 요양원, 어르신들이 사는 진솔한 이야기 (다툼과 화해)

최종 수정일: 2023년 11월 29일



같은 생활실을 쓰시는 두 어르신의 다툼, 그리고 화해


작가 WangXiNa 출처 Freepik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곳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서로 간에 관계를 맺은뒤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생각의 차이, 상대방의 언행을 받아들이거나 수용하기 어려워지는 감정들이 피어날 때는 결국 다툼이 일어나고 상처를 남기기도 하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나의 잘못도 돌아보게 됩니다. 나의 그릇됨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어 사과를 전하거나, 상대방은 따뜻한 마음으로 용서를 하고 포용하는 과정들을 사람들은 매 순간 경험하고 있죠. 관계에서 오는 이와 같은 과정들을 겪어내는 것은 서로를 한층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시킬 수 있어서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출처 Pixabay


그리고 이런 다툼과 화해의 모습은 어르신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요양원에서도 일어납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장소,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우리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크고 작은 다툼과 갈등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다툼을 원만히 해결하고자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일도 있죠. 그럼에도 저희는 이 모든 과정들을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아름다운 삶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건을 통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랑’을 나눠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께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최근에 요양원에 있었던 일(작은 소동)입니다.

작가 Ihor Malytskyi 출처 Unsplash

A 어르신은 밤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시는 불면증세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면에 도움을 받기 위해 처방 받은 약을 복용하시면 다행히도 잠을 주무시곤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루의 컨디션에 따라 복용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하시는 날도 있을 때는 얕은 잠만 겨우 주무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잠든 어느 밤에 A어르신께서는 얕은 잠마저도 자꾸 깨시게 되어 짜증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셨던 것 같습니다. 욱하신 마음에 불면에서 비롯된 답답한 마음과 부정적인 감정을 큰 소리로 표출하시다 보니 같은 생활실을 쓰는 B 어르신의 달콤한 잠마저 달아나게 하신 것입니다.


동료 어르신의 시끄러움에 잠이 깨서 잔뜩 화가 나신 B 어르신과의 말툼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야밤에 일어난 A 어르신의 투정에 피곤한 밤을 보내신 B 어르신께서는 지난밤 일로 상대 어르신에 대한 미운 마음이 드셨는지 두분은 평소와는 다르게 대화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와중 A 어르신께서는 지난밤일에 대해 B 어르신께 크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과를 전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휠체어에 타고 B 어르신께서 누워 계신 침대로 다가가


“언니 내가 어젯밤에 미안했어요.”
“언니 내가 몸이 많이 아파서 화가 나니까 큰 소리가 나왔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내가 앞으로 잘할게요. 너무 미안해요.”

라고 하시며 스스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셨습니다. 쉽게 마음이 풀릴 것 같지 않던 B어르신께서도 A어르신의 사과를 듣고 기분을 푸셨고, 늦어졌지만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고 드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B 어르신께서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A어르신께서 계속 지켜보셨습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 다행히도 오전에 두 분께서 거실 밖으로 나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시면서 소담 소담 대화를 나누기도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는


“두 분 화해하셨네요? 너무 보기 좋아요. 제가 사진 찍어 드릴게요. 우리 예쁘게 찍어서 따님께 보내드립시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안을 받은 어르신께서는 흔쾌히 사진을 찍자고 응하셨고, 포즈를 고민하시려는 찰나에, 손을 잡고 찍으면 참 예쁘겠다는 요양보호사 선생님의 제안으로 그게 딱 좋겠다며 화해의 기념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작가 Sabinevanerp 출처 Pixabay


이런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저 같은 방을 쓰는 동료 어르신 정도의 사이를 유지해오셨지만

이제는 식사를 앞두고 서로 밥을 먹으라며 챙기기도 하시는 따뜻한 사이로 발전하게 되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상 속에서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그저 평탄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희 역시 어르신의 건강에 관련해서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염원하고 같은 마음을 고수하기도 합니다. 다만 살아가면서 생길 수 있는 작은 소음들도 결국은 조화로운 음계로 변하기도 하면서, 사람의 삶을 입체적으로 성장시켜 가는 의미가 깊은 수로 놓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온기로 따뜻하게 유지하고 있는 우리 요양원의 어르신들께서도 감당할 수 있으실 만큼의 슬픔과 노여움, 그래서 크게 얻어지는 큰 즐거움과 기쁨의 ‘희로애락’을 경험하시면서 매일의 다채로운 일상을 꾸준히 채워나가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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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혜인 윤
혜인 윤
Nov 25, 2023

이번글 너무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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