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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열리기까지 기다린 노력의 시간들 (2부)

최종 수정일: 8월 10일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보고 싶었어

한 번은 사회복지사님께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어르신들과 지내며 신기했거나, 좋았던 순간이 있었는지 가볍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한참을 고민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되게 사소한 건데요. 저는 이게 기억에 남았어요.”


  • © 선진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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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OO 어르신께서는 평소에 좀처럼 말씀을 많이 하지 않으시는 편이라고 사회복지사님께서 전해주셨습니다. 입을 떼기 어려워하시고, 인사를 드려도 특별한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 날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매일 어르신을 찾아뵙고 안부를 여쭈었다고 합니다.

대답이 없어도 말을 건네고, 표정과 컨디션을 살피며 작은 관심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르신께서 선생님께 말씀하셨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보고 싶었어.”

발음은 조금 어눌했지만, 그 마음만은 분명하게 전해졌다고 합니다.

선생님에게는 매일 반복하던 짧은 인사였습니다.


지만 어르신께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을 기억하고, 기다리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그 한마디를 듣고, 자신의 작은 관심이 어르신께 닿아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느꼈다고 했습니다. 물론 어르신께서 그 뒤로 매일 그렇게 표현하신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시 말씀이 줄어들고, 반응이 없는 날도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 한순간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이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가 건네는 관심은 때로 아무 대답 없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정말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르신의 마음속 어디인가에 조용히 남아 있다가,

컨디션이 좋은 어느 날 “보고 싶었어”라는 다정한 말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 저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돌봄은 우리가 어르신께 일방적으로 건네는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어르신을 기억하고 

찾아가는 동안, 어르신도 어느새 우리를 기억하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먼저 내민 손이 돌아오기까지

  • © 선진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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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드려도 빤히 바라보기만 하시고, 손을 잡아드리려고 하면 뿌리치시던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내어주시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그 어르신에 대해 한 사회복지사님께서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해당 어르신을 자주 찾아뵙던 선생님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어르신께서 바로 반응하지 않으셔도 매일 인사를 드렸고, 잠깐씩 곁에 앉아 말벗이 되어드렸습니다. 손을 뿌리치시는 날에도 마음이 닫혔다고 단정하지 않고, 다음 날 다시 다정하게 다가갔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어르신께서는 조금씩 웃어주기 시작하셨습니다. 이제는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시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보신 보호자님께서는 “어머님께서 유독 선생님을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어르신께서 내미신 손이 우연히 나온 반응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복해서 자신을 예뻐해 준 사람, 재촉하지 않은 사람, 눈을 피하면 그 방향으로 다시 다가와

따뜻한 시선을 보내준 사람에게 어르신께서 조용히 보내신 신뢰의 표현이었을지 모릅니다.

비슷한 마음은 다른 장면에서도 보였습니다.


또 다른 사회복지사님께서는 한 어르신께서 직접 요청하시기 전에 필요한 것을 먼저 살펴 준비해드린다고 했습니다. 평소 생활 상태와 작은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고마워”라고 말씀하시며 직원의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직원에게는 작은 배려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장면에서도 같은 마음을 보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불편을 살펴봐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안도감이, 어르신이 잡아주신

손끝에 담겨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음이 열리는 순간은 대개 조용합니다. 큰 말이나 특별한 사건보다, 먼저 내민 손 하나로 전해질 때가 있습니다.



© 선진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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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풀고 안심을 시켜드렸더니

김OO 어르신께서는 치매 질환에서 비롯된 의심 증상으로 인해 자신의 물건과 옷에 다른 사람이 손대는 것을 매우 걱정하셨습니다. 수납장에 자물쇠를 걸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박스테이프를 

여러 겹 붙여두어 불안을 달래셨죠. 하지만 생활 공간의 청결과 위생을 위해 방과 옷장은 정돈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이 어르신께는 단순히 물건을 치우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 선진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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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의 허락 없이 손을 댄다면 불안과 의심이 더욱 커질 수 있었고, 그렇다고 그대로 두면 청결과 위생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요양원의 근무자들은 어르신께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먼저 인정받는 것을 좋아하시는 어르신께 우리가 얼마나 어르신을 공경하고 존중하는지 진심을 다해 보여드렸습니다. 어르신 덕분에 좋았던 일과 어르신이 계셔서 가능했던 일들을 하나씩 말씀드리며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다가갔습니다. 그런 다음 정돈되지 않은 옷장이 어르신의 생활에 


어떤 불편을 주는 지 차근차근 설명해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 좋아하시는 간식도 준비하고,

서두르지 않고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며 허락해주시기를 기다렸습니다.



© 선진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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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르신께서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옷장과 수납장을 정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선생님들은 옷을 계절별로 차곡차곡 정리하고, 수납장 구석구석을 쓸고 닦았습니다.

굳게 잠겨 있던 공간이 비로소 깨끗하고 쾌적한 상태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지켜보며, 선생님들께서 정리한 것은 단지 옷장만이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어르신의 행동 뒤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먼저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아버지께서 평소에도 빗장을 채운 듯 사람을 경계하며 생활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잘 아는 보호자님께서는 깨끗하게 정리된 방을 보며 기뻐하셨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셨습니다.

보호자님께서 보신 것은 단지 정돈된 옷과 깨끗해진 수납장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곳에는 돌봄이 쉽지 않은 아버지를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만의 마음을 이해할 방법을 끝까지 찾아낸 선생님들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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