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움이 삶의 가능성이 될 때 (3부)
- 선진요양원

- 6일 전
- 4분 분량
에 이은 마지막 글입니다.
다시 시작해 보는 한 걸음을 위해서
사회복지사님께 들은 또 다른 이야기 중에는, 한 어르신이 다시 걷기 위한 걸음을 시작하게 된
뿌듯한 장면도 있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신 뒤 휠체어로 생활하시던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남아 있는 다리의 상태에 대한 걱정도 커졌고, 어르신께서는 몸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다시 걷는 연습을 시작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에는 다시 걷고 싶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을 가까이에서 들은 사회복지사님에게도 하나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어르신께서 다시 일어서고,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으로 걸으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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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님은 어르신께 가장 좋은 도움을 드리기 위해 잘 알려진 의족 업체들을 직접 알아보고, 적합한 업체와 연결해드렸습니다. 그렇게 어르신께서는 의족을 맞추고 다시 걷기 위한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의족을 맞추었다고 해서 곧바로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시 일어서는 일부터 균형을 잡고 한 걸음씩 내딛는 일까지, 그 과정에는 물리치료사님의 세심한 도움과 어르신의 끈질긴 노력이 함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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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께서는 힘든 과정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셨고, 지금은 지팡이를 짚고 열심히 걸으십니다. 사회복지사님은 어르신께서 걸으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무척 뿌듯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이 알아보고 연결한 작은 도움이 어르신께 다시 일어설 기회를 드렸고, 자신의 힘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가능성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는 행동의 크기로만 결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도움이 될 만한 업체를 찾아 연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행동은 어르신의 삶에서 다시 일어서고 걷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도우려는 마음으로 시작한 행동이 한 사람의 삶에서 무엇을 다시 가능하게 했는지 확인할 때, 비로소 그 영향력의 크기를 알게 됩니다.
과연 돌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를까?

최근 한 요양보호사님께서 권OO 어르신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느 날 권OO 어르신께서는 일하고 있는 선생님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지금 선생님 얼굴과 모습 그대로가 제일 예쁘고 아름다워. 이 모습으로 멈춘 채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지금이 제일 예쁘고 아름다운 순간이야.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아흔이 넘어버렸어. 그게 참 서글퍼.”
그 말씀을 들은 선생님은 어르신께서 자신을 바라보며 젊은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신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어르신에게 눈앞의 선생님은 단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전 자신이 지녔던 젊음과, 앞으로 많은 날이 남아 있다고 믿었던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르신께서는 이어서 젊은 시절에 겪으셨던 아픈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선생님은 곁에서 그 이야기를 한참 들어드렸다고 합니다.
쉽게 위로하려 하지도, 슬픔을 서둘러 거두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어르신께서 오래 품어 오신 이야기를 충분히 꺼내 놓으실 수 있도록 맞장구를 하며 경청하셨다고 합니다.
이야기가 끝난 뒤, 선생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르신의 슬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재생한 노래 한 곡, 어르신께서도 잘 알고 계신 ‘고장 난 벽시계’였습니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조금 전까지 지나간 세월을 이야기하시던 어르신께서 누운 자리에서 팔을 흔들기 시작하셨습니다. 다리도 들어 올리며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셨습니다.
같은 방을 사용하시는 어르신들도 하나 둘 박수를 치고 팔을 흔들었습니다.
조용했던 방은 어느새 작은 축제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얼핏 보면 별것 아닌 장면일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익숙한 노래 한 곡을 재생시켜 함께 부른 것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요양보호사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를 듣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르신께서 지나간 젊음을 슬퍼하는 사람으로만 머물지 않으셨다고 느꼈습니다. 어르신은 좋아하는 노래를 기억하고, 몸을 움직이고, 옆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는 오늘의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선생님은 어르신의 슬픔을 없애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흘러간 시간을 되돌려드릴 수도 없었습니다.
대신 슬픔 곁에 즐거운 순간 하나를 놓아드렸습니다.
그것이 그날 선생님께서 선택한 돌봄이었습니다.
그리고 돌봄은 그곳에서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어르신의 오늘을 돌보고 있었지만, 어르신은 선생님에게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지 일깨워 주셨습니다. 한 사람은 지나온 삶을 들려주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삶을 가만히 받아주었습니다. 두 사람이 나눈 마음은 같은 방의 어르신들에게 까지 번져 모두가 함께 웃고 노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장면을 통해 저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돌봄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만은 아닙니다.
서로의 시간을 바라보고, 마음을 건네고 건네 받으며,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온기가 주변으로 넓게 퍼져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날의 노래 한 곡처럼 말입니다.
무한한 당신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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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를 챙겨드리면 즐겁게 드시며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직원을 기다렸다가, 조용히 방 밖으로 나와서 손을 잡아주는 어르신이 계시고 ,
목욕을 마친 뒤 “고생 많았다”고 인사해주시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보호자님들도 말씀하십니다.
“어머니가 잘 지내는 것 같아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감정까지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희 가족은 선생님들 덕분에 행복합니다.”
이 말들은 단순한 인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들이 직원들의 돌봄이 어르신과 보호자님의 마음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조용히 보내주는 작은 신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께서는 매일을 함께 보내는 선생님들께 조금씩 익숙함과 신뢰를 쌓아 가십니다.
먼저 내밀어 주신 손에는 서서히 마음을 열어 주신 시간이 담겨 있을지 모릅니다. 좋아진 얼굴을 이야기하는 보호자님의 말에는 매일의 돌봄을 지켜보며 얻은 안도감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걷게 된 어르신의 모습에서도 그분의 바람을 귀담아듣고 곁에서 함께 노력해온 시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거창한 칭찬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어르신의 한마디나 달라진 표정, 보호자님의 짧은 감사처럼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돌봄의 의미를 가만히 돌아보게 하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그런 작은 반응들을 하나씩 모아보면, 평범하다고 여겼던 우리의 일이 어르신과 보호자님의 하루에 조금씩 닿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만든 변화를 믿고, 두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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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의 돌봄은 대부분 조용히 이루어집니다.
매일 반복되기에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고, 너무 일상적이어서 기록되지 않은 채 지나가기도 합니다. 결과가 곧바로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감사의 말로 돌아오지 않는 날도 있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을 위해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분명히 느꼈습니다.
매일 건넨 관심과 정성은 어르신의 삶에 조금씩 남습니다.
밀어드린 휠체어는 어르신을 꽃이 핀 계절과 다시 만나게 하고,
정성껏 떠먹여 드린 포기하지 않은 한 숟가락은 건강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됩니다.
매일 건넨 인사는 기다리는 사람을 만들어드리고, 끝까지 들어드린 말은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해드립니다.
먼저 알아차린 불편은 하루를 한결 편안하게 만들고, 함께 부른 노래 한 곡은 조용했던 방을 모두가 웃고 즐기는 자리로 바꾸기도 합니다.
선생님들께는 평범한 하루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르신께는 자신이 여전히 존중 받고 있으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하루였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평범한 돌봄은 누군가의 무너질 뻔한 일상을 다시 세우고, 닫혀 있던 마음을 열며, 사람과 계절과 세상에 다시 이어지도록 돕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은 대단한 곳에 있지 않습니다.
모든 선생님께서 매일 이어가고 계신 평범한 돌봄 속에 있습니다.
그 돌봄이 만들어낸 작은 변화를 기억한다면, 조금 지치는 날에도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이유를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매일 해온 평범한 돌봄을 믿어도 좋겠습니다. 그 안에는 이미 누군가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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