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관람하고, 카페 다녀오시는 선진요양원 어르신들의 일상
- 선진요양원
- 7일 전
- 3분 분량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요즘, 외출 전 날씨를 확인하는 일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방법은 저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시원한 공간을 찾아 걷고, 또 다른
누군가는 차가운 음료 한 잔으로 더위를 식힙니다. 저희도 어르신들과 함께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이야기하며, 그중 하나인 산책을 통해 우리만의 여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풍경 감상만이 아닌, 어르신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가까운 삼덕도서관에서 시민들을 위한 작은 전시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르신과 함께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고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이번 전시는 안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학생들의 작품회였습니다.
전시명은 '눈시울展'입니다.
멋진 제목을 어르신들께 읽어 드린 후,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전시장에 들어섰습니다.


전시를 보다 풍성하게 느끼실 수 있도록, 전시된 시와 산문을 한 작품씩 직접 읽어드리며 감상을 도왔습니다. 어르신들은 "이렇게 곱고 예쁜 표현으로 글을 쓸 수 있다니 참 대단하다"는 감탄을 이어가셨고, "표현이 참 아름답다", "이런 건 처음 봐서 신기하다"는 말씀으로 진지하게 작품을 바라보셨습니다. 젊은 세대의 감성을 담은 시와 산문이, 어르신들께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고, 전시를 바라보는 눈빛과 반응에서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작품에서 나타난 학생들만의 감성이 성인 못지않은 성숙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어르신과 나누며 천천히 작품을 둘러보았습니다. 또 "이 작품의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었을까요?"라고 여쭤보며, 한 편 한 편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보는 것에만 그쳐도 좋을 전시 관람에서 어르신들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 감상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사회복지사님 두 분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시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었습니다.
"청춘(靑春), 푸르진 않지만 봄. 당신이 이 글을 읽기 전부터, 이 글을 읽은 후까지의 시간. 영원히 맑을 당신의 봄"
이 구절을 함께 읽으며, 우리는 각자의 청춘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응원과 위로를 나눴습니다.
어르신들의 봄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뜻을 담아 전해드렸습니다.


시와 산문으로 이루어진 전시를 통해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감정의 울림을 경험한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르신들께 문화적 감수성을 채워드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느껴져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관람객을 위한 작품 인쇄 엽서도 함께 나눴습니다. 각기 다른 시가 담긴 엽서를 들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전시 관람을 마무리했습니다. 책과 예술, 감성이 공존하는 도서관에서의 짧은 외출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어진 행선지는 카페입니다. 요즘 저희는 어르신들과의 카페 방문에 푹 빠져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공간에서 즐기는 시간은 어르신들께도 특별한 즐거움이 됩니다.
이번에는 처음 가보는 카페에 방문했습니다.

"고구마가 먹고 싶다"라는 어르신의 말씀에, 고구마는 없지만 고구마 케이크는 있다고 하시는 사회복지사님의 말씀에 다 함께 웃기도 했습니다. 디저트를 고르는 동안 "다 맛있어 보여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고민하는 사회복지사님의 귀여운 모습도 공유합니다.


어르신을 모시고 갈 카페를 검색할 때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출입구에 경사로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혼자 다닐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지만, 휠체어를 타신 어르신과 함께 이동하다 보면 입구의 구조나 진입 가능 여부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옵니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공간들도 어르신과 함께할 때는 다르게 보입니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마련된 작은 배려들을 직접 확인할 때마다, 그 따뜻한 마음에 감사함이 들고, 어르신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이라는 생각에 기쁘기도 합니다.
그렇게 어르신과 함께 걷는 이 길 위에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원한 음료 세 잔과 따뜻한 음료 두 잔, 어르신께서 드실 케이크 두 조각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르신들께서 다니시기 어려운 공간은 사진 촬영으로 대신하여 구경시켜 드리기도 했습니다.

어르신과 저희를 위한 맛있는 메뉴가 준비됐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저희가 늘 부탁드리는 큰 별 모양 만들기 포즈를 함께 찍어 인증사진으로 남겨둡니다.
어르신의 따뜻한 음료는 얼음으로 따로 제공해 주신 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더욱 편하게 즐기실 수 있었습니다.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모시고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지만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들었습니다.
차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여유'에 불과할 수 있지만, 야외 활동의 기회가 많지 않으신 어르신들께는 "정말 행복했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소감을 직접 들었을 때, 우리는 늘 해왔던 "어르신과 이런 것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제는 확신에 찬 대답인 "당연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자신감은 곧,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더욱 다양한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특별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떠난 이번 시간은 저희에게는 어르신과 함께한 즐거운 데이트 같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두 분의 어르신 덕분에 웃을 일이 많았던 하루. 앞으로도 더 많은 어르신들께 이런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부지런히 다음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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