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는 선진요양원의 일상, 공원과 시장을 다녀왔습니다.
- 선진요양원

- 6월 5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월 20일


오전의 햇볕은 강하지 않아서 어르신을 모시고 공원으로 향하는 길이 덥지 않았습니다.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걷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 위에서 보내는 어르신의 모든 순간에서 풍경도, 날씨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조차 다정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의 주인공이신 어르신들께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 것 같습니다.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계절의 흐름을 함께 걷다 보니, '춥고, 시원하고, 따뜻하고, 더운' 날씨의 변화를 고스란히 체감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시간을 건네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은 때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듯하지만, 어르신과 함께 자연을 바라보며 나누는 이야기, 같은 방향을 향한 시선 속에서 그 하루가 고스란히 추억이 되어 남습니다. 익숙한 길도 어르신과 함께일 때는 매번 새롭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의미 있는 하루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특별하게,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수암천이 내려다보이는 다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습니다. 혼자 걸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 이곳이,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니 특별한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래 남는 건 언제나 사진이기에, 즐거운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어쩌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이 평범한 순간조차 일부 어르신들께는 오랜만의 경험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과 함께하는 경험의 종류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뿌듯합니다. 그래서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다리 위, 멋지게 자리 잡은 주택가 앞에는 장미꽃이 붉게 흐드지고 있었습니다.
빨갛게 물든 장미 담장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어르신의 모습을 예쁜 배경에 담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활짝 피어난 장미만큼이나 어르신의 환한 미소도 함께 담겼습니다.


예쁜 사진에 점점 욕심이 나서인지, 어르신들께 부탁드리는 포즈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귀찮게 느껴지실 수 있을 텐데도, 모든 분들께서 브이 포즈와 하트 포즈를 취하며 적극적으로 응해주십니다. 그 모습을 보며, " 어쩌면 어르신들께서 우리를 생각하고 배려해주시는 마음 덕분에 이 산책길이 더 즐거운 게 아닐까?" 하며 웃음 짓게 됩니다.

다리 위에 잠시 머물며 수암천을 내려다보며 나눈 이야기들은 소박하지만 정겨웠습니다.
졸졸 흐르는 이 물길이 안양천으로 흘러들어가고, 관양동과 석수동 인근을 지나며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산책로라는 이야기를 어르신들께 전해드렸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 익숙하게 느껴지면서도, 막상 잘 몰랐던 부분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알아가는 시간은 산책만이 줄 수 있는 즐거운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길 따라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시던 어르신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던 이 하천이 만약 깊고 짙은 바다였다면 어땠을까요? 멋있었을까, 아니면 조금 무서웠을까,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함께 나누며 웃음 짓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언제나 용감하고 씩씩하시기 때문에 다리 아래가 바다였더라도 멋있을 것 같다고 유쾌하게 답해주셨습니다. 어르신과 나누는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너무나 즐겁습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시장입니다.
어르신들과 나란히 도보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도로 위를 오가는 차량을 바라보기도 하고, 길가에서 마주친 이웃 주민들과는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줄지어 걷는 발걸음에서 소소한 일상이 겹겹이 쌓이고 있습니다.

시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삼덕공원 정문이 보였습니다. 어르신과 함께 걸은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 '삼덕공원'이라 크게 적힌 현판 앞에서 다시 한 번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산책길 어디든 어르신이 계신 곳이 무대가 되는 것은 산책의 큰 즐거움입니다.
마침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시기였습니다. 지나가던 길목에서 후보자들의 포스터를 함께 바라보며, 어르신들께 선거에 대한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포스터에 적힌 이름을 다 함께 읽어보며, 각 후보에게 짧은 응원의 인사를 보내는 재밌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골목길을 따라 시장으로 향하는 길, 소란스럽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어르신들께서는 아마도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느끼셨을 공간이었을 겁니다. 지나가는 상인과의 정겨운 인사, 수북이 쌓인 채소들, 능숙한 손놀림이 오가는 풍경 하나하나가 어르신의 지난날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듯했습니다. 비록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시장을 둘러보며 오랫동안 잊고 지내셨던 기억의 조각들이 문득 떠오르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장의 한 켠, 예쁜 꽃집 앞에 멈춰 다양한 꽃들을 함께 구경했습니다. 어떤 꽃인지 맞춰보는 짧은 퀴즈도 오갔지만, 이름은 몰라도 "이 꽃이 참 예쁘네요"라는 한마디면 마음을 전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시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동안, 시선을 머무르게 하는 예쁘고 좋은 물건들이 유독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발길이 느려지고, 이야기꽃도 함께 피어났습니다.



옆 가게에서는 고소한 뻥튀기 냄새가 솔솔 풍겨왔습니다.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참새의 마음처럼 우리의 발걸음도 자연스레 멈춰섰습니다.
어르신들께 간식으로 나누어 드리기 위해 뻥튀기 두 봉지를 골랐습니다.

시장 구경을 짧게 마친 뒤, 다시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삼덕공원으로 돌아와서 벤치에 둘러 앉아 뻥튀기와 오렌지 주스로 간단한 간식을 즐겼습니다.
오랜만에 드시는 간식이라 더 맛있게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는 저희도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건네어 주시길래 저희도 덩달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옆 벤치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계시던 시민 분께도 따뜻한 마음으로 뻥튀기를 나눠드리며 가벼운 인사를 건넸습니다.

초반에는 하늘이 조금 흐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푸른빛을 드러낸 공원 한 가운데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이 오전 시간을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따뜻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으며 글로 기록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항상 어르신 가까이에서 세심하게 도움을 주시는 사회복지사님, 물리치료사님, 간호사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진 속 장면마다 어르신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더욱 뭉클해집니다.


둥글게 둘러 앉아 함께 시간을 보내던 순간에는 그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웃음이 많았던 기억이 남았는데, 사진으로 다시 그 모습을 마주하니 '우리'라는 소속감이 새삼 깊게 느껴집니다.
어르신들과 저희가 하나의 가족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에게 더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한 아름 안고, 내일을 기약하며 다시 우리의 집, 요양원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늘 하루, 어르신들께서 주인공이셨던 산책이라는 즐거운 여정의 한 페이지가 기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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