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운영하는 요양원 간호사, 실제로 이렇게 일합니다."에 이은 2번째 글입니다.
Q. 요양원의 간호사로서 업무 시 갖게 되는 마음가짐이 있으신가요?
A: 요양원은 어르신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돌봐 드려야 하는 의무가 있잖아요. 그래서 저도 어르신의 안전과 건강을 늘 우선하려 하고,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안일하게 넘어간다거나 타협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저희 간호과는 어르신을 보살펴 드리고 계신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제일 가까이 협력하고 있어요. 두 팀은 어르신의 상태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을 주고받야 하는데요, 서로가 손발이 척척 맞아야 어르신께서 불편한 곳 없이 편안하게 생활하실 수 있으니까 어르신을 케어 할 때 주의사항이라든지, 신경 써 드려야 할 것에 대해서 많이 말씀드리고 또 주의 깊게 봐주실 것을 당부드려요. 때로는 그 과정에서 저희 간호과가 요양보호사님께 엄격하게 부탁드리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저희의 뜻을 이해해 주시고 누구보다 같은 마음으로 어르신을 생각하여 일선에서 노력해 주시는 요양보호사님들의 수고에 매번 감사함을 느낍니다. 오히려 저희 간호과도 그런 숭고한 마음을 함께 배우면서 직원 모두 합심해서 근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반면 요양원의 간호사로서 어느 경우에 가장 힘이 드셨나요?
A: 저희 요양원이 병원과 함께 있어서 다른 요양원에 비해 어르신께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의사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기 전에 간호사인 제가 어르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을 빠르게 내려야 할 때가 있어요. 저의 판단에 의해 어르신의 생명이 좌우되고 직결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까 때로는 그 점이 제일 부담스럽고 무겁게 느껴졌어요. 물론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고요. 그럼에도 반대로 생각하면 제가 간호사로서 잘 대응했을 때 어르신의 안위가 편안해질 수 있는 거니까 부담감을 이겨내고 늘 침착하게 대응하고 정확하게 판단하여 절차를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Q. 업무를 하다 보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는 간호사만의 난처했던 경험들과 고충들이 있을 것 같아요.
보호자의 의료적 요구에 난처해지는 상황
“그럼에도 요양원에서 해주실 수 없나요?”
저희 요양원은 병원과 함께 있기 때문에 어르신이 아프실 때 의사선생님의 진료를 신속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러나 원칙상 요양원 내에서 의료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아픈 어르신들께서 하고 계신 각종 삽입관에 대한 교체 및 삽입은 저희 요양원의 간호과에서 직접적으로 해드릴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단, 비위관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는 어르신의 경우, 비위관 교체와 삽입은 선진 병원의 의사선생님의 정식 진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배에 구멍을 뚫어 영양을 공급하고 계신 위루술 환자의 뱃줄 튜브, 체외 배변이 어려워 배에 구멍을 뚫어 인공항문을 만들어 배변을 배출하는 장루술 환자의 배변 주머니 등 각종 체내의 삽입관에 대한 관리는 전문 병원에 방문하셔서 진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가끔 보호자께선 정기적으로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에 내원하실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들로 인해 위와 같은 요구사항을 요양원에 부탁하시어 저희가 난감해질 때가 있습니다.
1. 어르신께 기저귀 발진이 생긴 이유
저희 요양원 어르신들 중에 거동이 불편하신 여러 와상 환자분들이 계세요. 이분들은 요양보호사님께서 체위 변경을 해드리지 않으면 욕창 발생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저희가 시간을 정하여 지속적으로 체위를 변경해 드리고 있습니다. 욕창이 발생하면 어르신께서 얼마나 고통스러우실지 잘 알기 때문에 어르신을 케어하는 여러 직원들이 다방면으로 주의하며 예방하고 있습니다. 한편 침상에 누워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와상 어르신들도 잠시 휠체어에 앉아있는 시간이 존재합니다.
요양원 내의 어르신들께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 수업 참여를 위해서인데요, 휠체어에 착석해서 본인 스스로 허리를 지탱하여 앉아 있을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이 어르신의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르신의 컨디션을 고려하여 프로그램 수업 활동 때 참여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는 피부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잠깐 동안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눌리는 자극에 의해 피부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기저귀를 착용하고 계시기 때문에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저희 어르신께서도 이와 같은 이유로 피부가 붉어지는 기저귀 발진이 생긴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어르신의 작은 상처 발생에도 보호자께 설명을 드려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을 말씀을 드리게 됐어요. 그런데 보호자분께서 듣고 속상해하시면서 저희 요양원의 관리 부주의로 생긴 것이 아니냐고 항의를 하시는 경우가 간혹있어요. 물론 보호자님의 속상한 마음에 저희도 공감을 하고 앞으로 더 주의하고 살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어르신의 피부 발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과 이유가 존재하니까 이런 경우에 난감하다는 생각을 하죠. 어르신께서 프로그램 수업을 통해 손가락을 움직이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로 인해 수반되는 문제를 대처하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보호자분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잘 설명드렸고 어르신의 발진이 가라앉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드렸습니다. 보호자분께서도 결국 수긍하고 이해해 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A: 노인분들은 노화로 인해 기력이 많이 쇠약해지고 신체적 컨디션이 좋았다가도 금세 안 좋아지는 변화가 굉장히 빨리 일어납니다. 그럴 때는 병원의 의사선생님께 진료도 보고 필요에 따라 주사 및 약 처방을 받으시는데 어르신들은 저희 간호과와 늘 동행하여 움직이시니까 저희에게 의지를 많이 하세요. 어르신의 기력이 본인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으니까 거기에서 생기는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도 많이 표출하시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공식적인 진료의 영역은 의사가 한다면 아픈 어르신의 상태를 수시로 살펴봐 드리는 건 저희의 역할이니까 몸 상태가 괜찮아지셨는지, 여전히 계속 아프신지 확인해 봐요. 그러다 다행히도 어르신께서 다시 기운을 찾으시면 저희 간호과 직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주시는데 그럴 때 뿌듯하고 기운 차리신 어르신께 오히려 감사함을 많이 느끼죠.
B: 한 어르신께서 저희 요양원에 입소하실 때 전신에 퍼져있는 피부 습진과 가려움 증세를 보이셨어요. 저희는 전문적인 치료가 우선이라고 판단했기에 보호자님과 상의 끝에 어르신께서 선진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습진은 먹는 약도 중요하지만 연고 도포와 보습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 간호과에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어르신의 피부염이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보습 관리에 신경을 써드렸어요. 다행히 말끔하게 다 나아서 건강한 상태로 계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저희 모두가 뿌듯하고 감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보호자분께서 너무 좋아해 주시고 저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주셔서 더욱더 어르신을 잘 돌봐드려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던 것 같아요. 어르신을 편안하고 건강하게 해드릴 수 있다는 저희 역할이 스스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바쁜 업무 중에도 어르신을 잘 돌봐드려야 한다는 저와의 약속을 항상 마음에 새기려고 합니다.
Q. 요양원에 근무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저희는 어르신의 건강관리를 해드리는 간호 업무 역할을 하는 파트이지만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어르신과 재밌는 이야기도 나누고, 위로도 해드리고 때로는 좋은 말씀도 많이 들어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어르신들께서 각자 살아오신 인생, 그 축적된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를 느끼게 되고 어르신 삶의 여러 페이지 중 저희가 잠깐이나마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들어요.
몸이 아프면 사람은 누구라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내 마음과 달리 신체적 상황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화도 나고 속상하잖아요. 결국 그것이 쌓이면 마음에 큰 상처로 남게 되니까 저희가 어르신의 마음에 늘 공감하고 말씀 하나에 늘 경청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서적인 지지가 어르신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실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걸 많이 느껴왔거든요. 결국 마음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어르신께서 댁에서 지내시다가 요양원에 처음으로 입소하여 적응해 나가시는 과정은 저희가 잘 해드린다 해도 공허해진 마음을 금방 채워 드리는 게 쉽지 않아 닫힌 어르신의 마음을 여는 것이 쉽지 않기도 해요. 그럼에도 저희 요양원 내 직원이 최선을 다해 관심을 보여드린다면 결국엔 저희를 위해 마음 한편을 내어주시는 분들이세요. 그래서 더 저희의 본연의 역할도 충실하려 하고 어르신의 버팀목이 되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전문가로서 보호자께 추천할 수 있는 care tip이 있을까요?
저희 요양원 어르신 중에 입소하실 때 휠체어와 보행 보조기를 동시에 사용하신 분이 계셨어요. 걸으실 순 있어도 대부분 휠체어를 통해서 많이 이동하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요양원 내에서는 보행 능력이 어느 정도 있으신 어르신을 대상으로 요양원의 물리치료사와 함께 복도를 걷는 재활운동을 꾸준히 실시해요. 해당 어르신도 그렇게 재활 운동을 시작하다가 언젠가부터 스스로 걷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셔서 그 이후로는 혼자서도 보행 보조기를 잡고 요양원 내부 복도를 반복해서 걷는 운동을 매일 수행하셨어요. 그랬더니 몇 개월 후부터 휠체어를 더 이상 타지 않으셨고 보행 보조기를 통해서 독립적으로 잘 걸으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르신께서 변화한 모습에 보호자분도 놀라고 기뻐하셨어요. 이 사례를 통해 꾸준한 걷기 운동은 재활 운동이 필요한 어르신께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어요. 사실 걷기의 중요성이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의외로 우리는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간과할 때가 있잖아요. 어느 정도 걸을 수 있는 어르신께 남아 있는 잔존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르신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집에서 어르신을 모시는 보호자님께 어르신과의 꾸준한 걷기 산책 운동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Q. 어르신의 보호자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저희는 어르신을 돌보는 사람들이지만 보호자님의 심정과 마음도 항상 신경 쓰려 합니다. 요양원에 부모님을 모신 보호자분들은 본인이 직접 돌봐 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아무리 요양원에서 어르신을 잘 돌봐 드린다고 해도 자녀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을 혼자 다른 곳에서 생활하시게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는 게 어려우신 것 같아요. 결국 보호자의 걱정되고 슬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는 것도 저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보호자님께 어르신의 근황에 관한 좋은 소식도 늘 공유하고 비대면 전화상담을 통해 있었던 일과도 말씀드리면서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하죠. 보호자님의 마음에 누구보다 공감하기 때문에 어르신께서 요양원에 잘 적응하고 편안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저희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보호자님께서 믿고 안심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싶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맡은 역할에 늘 충실하려 하고 저희의 마음이 더 어르신을 향할 수 있도록 업무적인 부분에서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요. 저희도 부족한 점이 분명 있을 텐데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보호자님께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어르신들께서는 자녀분들과 떨어져 지내 신다 해도 자녀분들께서 관심을 얼마만큼 주시 느냐에 따라 어르신의 하루가 긍정적으로 변해요. 저희가 채워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보호자님이 채워주실 수 있는 영역이 분명 존재해요. 보호자님의 전화 한 통과 잠깐의 면회에 식사도 더 잘 하시게 되고 기분도 좋아지시니까 어르신을 위한 보호자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보호자님의 건강이 우선해야 우리 어르신께서도 편안해 지실 수 있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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