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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선진요양원

치매 부모님의 도둑망상,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사연입니다

 

출처 선진요양원

90세이신 저희 아버지께서는 6개월 전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판정받으셨습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기억력이나 지남력이 저하된 것 외에는 특별히 보이시는 증상이 없었지만 요즘 들어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도둑 망상' 증세가 나타나 가족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본인 방에 놓여 있는 작은 금고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은 열고 닫기를 반복하시며 돈이 잘 놓여 있는지 살펴보시고, 본인 소유의 통장에도 돈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하시는 것이 의심에 대한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망상 증세까지 나타나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제 아내를 본인의 돈을 훔쳐 간 범인으로 의심하고 미워하기 시작하셨어요.


“며느리가 내 방에 들어와 호시탐탐 내 돈을 노리고 있다”, “나에게 달라고 하면 그냥 줄 수도 있는데 왜 훔쳐 가는지 모르겠다”라며 종일 분노하시다가 퇴근한 저를 불러 앉혀 두고 이와 같은 내용으로 밤새 하소연을 하십니다. 처음에는 제가 직접 아버지와 함께 금고 안에 있는 돈을 같이 세어보고 확인시켜드리는 과정만으로도 금방 의심이 가라앉곤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방법도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아버지께선 누군가 돈을 훔쳐 갈까 걱정하셔서 새벽에 잠도 안 주무시고 금고에 있는 돈을 꺼내어 방의 이곳, 저곳에 감춰 놓으십니다. 그러고는 뒤돌아서 잊어버리시니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비어 있는 금고의 범인은 제 아내가 되는 것이죠. 며느리가 자신의 돈을 훔쳐 갔다는 분노로 인해 식사도 거부하시고, 멀리 사는 저의 형제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여 며느리가 내 돈을 전부 훔쳐 갔으니 경찰에 신고해 달라, 나를 이 집에서 나가게 해달라며 가족 모두를 심적으로 지치게 하십니다. 특히 아버지께선 제 아내를 며느리들 중에 가장 아껴주셨기 때문에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해 버린 모습이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치매로서의 증상이라는 것을 알고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제가 이런 아버지의 증세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답변드립니다

 

치매를 앓고 계신 아픈 부모님을 정성을 다해 보살펴 드리고 계실 보호자님과 가족들께서,

말씀해주신 최근의 상황들로 인해 어려움이 많으셨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조심스레 비춰봅니다. 실제로 치매 환자를 돌보고 계신 분들께서 환자가 보이는 여러 이상 행동 및 정신 증상들로 인해 힘들어하시고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된 조언이나 도움을 구하여 노력하고 계시지만 여전히 일상 속 돌봄 과정에서 좌절하게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께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처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우선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이상 증상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이 과정을 알아보는 것은 어르신의 증상 발현에 대해 보호자의 보다 깊은 이해를 도울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대화 및 행동 방법을 적절하게 선택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매 환자에게 행동심리증상(BPSD)이 나타나는 원인

출처 Freepik

여러 후천적인 원인들에 의해서 발생하게 된 치매는 뇌 기능의 퇴화로 인하여 기억력 감소, 인지 능력의 저하, 정상적인 사고가 어려워지는 등 복합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이로서 올바른 사고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약해진 환자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낮아지고, 현재 자신이 바라보는 환경과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저하되기 때문에 이상 행동들을 보일 수 있습니다. 불안·초조·우울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겪으며, 타인을 향한 언어적·비언어적인 공격적 태도를 보일 수 있고, 설명하기 어려운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맴돌며 배회하는 행동 등을 보일 수 있는데요, 이와 같이 치매 환자가 보이는 이상 행동과 정신적 증상들을 행동심리증상(혹은 정신행동증상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이라 합니다.


그리고 보호자의 아버지께서 보이시는 도둑 망상도 행동심리증상에 포함되며, 많은 치매환자가 보일 수 있는 대표적 증상에 속합니다.



‘현재의 상황’을 ‘과거의 기억’으로 판단하여 재구성하는 ‘망상’

망상’은 왜곡된 생각을 통해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사실처럼 믿고 받아들여, 어떤 논리와 설득에도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증세가 깊어지면 실재하지 않는 것이 보이거나 들리기도 하는 등 환각 증상이 함께 발생할 수도 있죠.


망상은 '과거에 경험했던 기억'과 감정에 의존하여 결론을 내리는 '인지적 오류'가 뒤 섞여, 그것으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치매로 인해서 최근에 직접 보고 들었던 기억들을 잊어버렸는데 현재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떠올리거나 설명할 길이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마침 과거에 경험했던 본인의 다양한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 무관한 기억임에도 지금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열쇠로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타인이 내 물건을 훔쳐 갔다고 생각하는 ‘도둑망상’도 이와 같은 기제로 발생하게 됩니다.



도둑 망상이 발생하는 다양한 요인

매 환자의 도둑 망상은 환자가 현재 겪고 있는 환경 및 과거 환경, 불편한 몸 상태, 개인적인 성향 과 같이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더 두드러지거나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작가 Pavel Danilyuk 출처 Pexels

예를 들어, 어르신께서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쇠약해진 몸 상태를 스스로 좌절하는 경우, 배우자의 사별로 인해 혼자서 외롭게 생활할 때 느끼는 고독감 등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과 환경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죠. 이로 인해 앞으로 남은 삶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돈이나 재산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을 때 이것이 돈이나 재산에 대해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도둑 망상 발생의 심화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출처 Freepik

혹은 젊었던 시절에 집안 환경이 어려워 지금까지 살아오신 과정에서 돈을 아끼고 모으는데 열심히 하셨던 배경이 있다면 유독 재산 관리에 몰두하며 살아온 개인사로 인해서 금전적인 것에 더 소유욕을 보이시게 되는 경우도 있죠.



그 밖에 소화 불량, 불면증, 이명 등과 같이 어딘가 불편한 몸 상태이거나, 시끄럽고 복잡한 곳에서의 생활, 반면에 너무 고요해서 자극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의 생활, 다른 곳으로 이사 등 어르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망상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살아온 배경과 현재의 개인적인 환경으로 인해서 도둑 망상을 불러일으키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보호자께서는 최근에 아버지께서 불안을 느끼셨을 만한 사건을 경험하신 적은 없으셨는지, 힘들어하시는 부분은 없으신지를 잘 살펴봐 드리는 것도 어르신의 증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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